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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형평범한 청춘이 영웅이 되는 순간,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
‘엑시트’ 영화의 장르는 재난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일반적인 재난물과는 결이 다릅니다. 보통 재난 영화라면 군인이나 전문가, 영웅적인 인물이 주인공이 되기 마련이지만, ‘엑시트’는 한 마디로 지극히 현실적인 청춘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습니다. 바로 백수 청년 용남(조정석)입니다.
영화는 가족 행사장에서 시작됩니다. 용남은 대학교 시절 산악부였고 지금은 취업 준비 중인 장기 백수입니다. 가족의 잔소리 속에 살아가며,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는 청춘의 단면을 보여주죠. 그런데 그 행사장에 독가스 테러가 발생하고, 그는 우연히 함께 있던 대학 동기 의주(임윤아)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게 됩니다. 중요한 건, 그의 백수 생활과 과거 산악부 시절의 경험이 이 위기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평소엔 아무런 가치 없어 보이던 것들이 위기 속에서는 생존의 무기가 되고, 무기력하게 보이던 주인공은 극한의 상황에서 누구보다 능동적인 생존자로 변화합니다. 이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코믹하면서도 감정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특히 조정석의 연기는 이 몰입감을 배가시킵니다. 유쾌함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고공 탈출이라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청춘의 서러움’과 ‘잔잔한 용기’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래서 관객은 어느 순간 “나라도 저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공감 가능한 설정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죠.
‘엑시트’는 특별한 능력 없이도,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위트 있게 전달합니다. 그 메시지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에게 작지만 강한 응원이 될 수 있습니다.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현실적 공포감이 만들어낸 긴장감
재난 영화의 생명은 ‘긴박감’입니다. 그런데 ‘엑시트’는 단순한 긴장감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공포감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실제로 겪을 수 있는 상황과 공간이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공공장소, 도심, 아파트 옥상, 엘리베이터, 고층 빌딩. 모두 익숙한 공간이지만, 독가스라는 비가시적인 위협이 퍼지면서 이 공간들이 갑작스레 탈출의 장애물이자 생존의 변수로 돌변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내가 저기에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며 몰입도를 높입니다.
게다가 영화는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강한 속도감을 유지합니다. 도입부부터 독가스 위협이 등장하고, 주인공들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략 없이, 그러나 과장 없이 모든 장애물들을 통과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특히 로프를 타고 고층 건물 외벽을 오르거나, 바닥이 무너지는 장면은 CG에 의존하기보단 실제 감정과 물리적인 긴장감을 활용해 긴박하게 연출됩니다. 이는 관객에게 피로감보다는 몰입감을 줍니다. 스펙터클과 감정이 균형을 이루는 덕분에 영화의 흐름은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공포’를 억지스러운 장면이나 피로한 클리셰로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청년들이 겪는 현실의 불안과 연결된 재난으로 그려집니다. 독가스라는 상징은 단순한 물리적 위협이 아니라, 취업, 사회적 고립, 가족과의 갈등, 불확실한 미래 등 우리 일상 속에 있는 막연한 공포와도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엑시트’는 단순한 장르물이 아니라, 우리 현실을 반영한 재난 블랙코미디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담아낸 점에서 이 영화는 강한 추천 이유가 됩니다.웃기고 긴장되고, 그럼에도 따뜻한 영화
‘엑시트’는 ‘웃긴 재난 영화’라는 신선한 조합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작품입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조정석과 임윤아가 만들어내는 유쾌한 케미, 가족 간의 따뜻한 정, 사회 초년생으로서 겪는 공감의 순간들까지 모두가 이 영화의 매력을 구성합니다.
조정석은 전매특허인 능청스러움과 찌질한 매력을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웃긴 캐릭터만 맡는 배우가 아님을 증명하듯, 위기 상황에서는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로 변모합니다. 임윤아 역시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냉정하고 당찬 의주 역을 소화하며 놀라운 피지컬 연기와 강단 있는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이 둘은 생사를 넘나드는 탈출 과정 속에서도 끊임없이 서로를 웃기고, 격려하고, 때로는 투닥대며 현실 친구 같은 매력을 보여줍니다. 그 케미스트리는 이 영화의 큰 힘이 되며, 관객으로 하여금 ‘재난 상황 속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도 영화의 중요한 테마입니다. 잔소리하는 어머니, 냉소적인 형제들, 말없이 지켜보는 아버지. 이 모든 인물들은 익숙하게 느껴지며, 그들과 주고받는 작은 말 한마디, 눈빛, 손짓은 결국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따뜻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엑시트’는 단순한 탈출극이 아닙니다. 고립된 일상에서의 해방, 청춘의 자존감 회복, 가족과 인간 관계의 재확인을 담은 영화입니다. 위험 속에서 서로를 구하려는 사람들, 그들이 보여주는 유머와 연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감정은 이 영화의 진짜 매력입니다.
긴장감 속 웃음, 웃음 속 감동. 그 절묘한 균형이 만들어낸 ‘엑시트’는 즐기면서도 여운을 느끼게 해주는, 보기 드문 재난 영화입니다.반응형'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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