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되는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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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3. 23.

    by. 뿌이파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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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케르크' 영화 포스터

       

       

      시간과 시선의 교차, 새로운 전쟁영화의 탄생

       

      덩케르크(Dunkirk, 2017)는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닙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기존의 전쟁영화들이 보여주던 ‘총알과 전투의 액션’이 아닌, 심리적 압박과 생존 본능, 그리고 시간의 퍼즐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전쟁을 묘사합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화인 ‘덩케르크 철수 작전(다이나모 작전)’을 배경으로, 40만 명에 달하는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덩케르크 해변에 고립된 상황을 긴박하게 재현합니다.

      놀란 감독은 이 대규모 작전을 '육지(1주일)', '바다(1일)', '하늘(1시간)'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시점으로 나누어 구성합니다. 그리고 이 서로 다른 세 개의 이야기들이 점점 하나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조립되는 과정을 통해, 관객은 ‘전쟁의 거대한 혼란’ 속으로 몰입하게 됩니다. 이것은 단지 스토리의 구성 방식이 아니라, 관객이 전쟁을 경험하게 만드는 체험적 장치입니다.

      이처럼 덩케르크는 선형적인 줄거리 대신 감각 중심의 서사로 관객을 끌어들이며, 누구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전쟁 그 자체’의 체험을 전면에 배치합니다. 이로 인해 캐릭터의 배경이나 감정선은 최소화되어 있으며, 관객은 그 대신 긴장감과 공포, 생존의 본능이라는 감정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통적인 전쟁 영화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낯설 수 있지만, 새로운 형식과 시점의 전쟁 영화로서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특히 영화적 구성이나 내러티브의 실험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덩케르크는 한 번 이상 곱씹을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대사보다 압도적인 사운드와 영상, 체험하는 영화

       

      ‘덩케르크’가 전쟁영화로서 탁월한 이유 중 하나는, ‘보여주기보다 느끼게 한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많은 대사 없이도 관객을 압도하는데, 이는 바로 놀란 감독의 청각적 연출과 시각적 몰입감 덕분입니다.

      먼저 음악. 영화의 음악은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에서 함께한 한스 짐머(Hans Zimmer)가 맡았습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특히 시계 초침 소리, 저음의 진동, 불안한 현악기 구성 등을 활용해 영화 전반에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특히 “쉘쇼크(Shellshock)”처럼 전쟁 후유증을 떠올리게 하는 리듬감은 관객의 심박수를 높이며, 단순한 ‘음악’이 아닌 심리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시각적으로도 영화는 최대한 현장감 있는 화면을 고집합니다. CG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제 전투기, 해상 장면 등을 IMAX 카메라로 촬영하여 화면의 몰입도를 극대화했으며, 그 덕에 관객은 마치 그 공간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총성이 울리고, 비행기의 굉음이 귀를 울리는 순간, 관객은 이미 ‘극장에서 전쟁을 겪고 있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대사 없이 표현되는 감정들은 배우들의 얼굴, 눈빛, 움직임을 통해 전달되며, 이는 관객이 각 인물의 고립과 절박함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합니다. 특히 톰 하디가 연기한 조종사 '퍼리어'는 거의 대사가 없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조종석 안의 침묵은 그 어떤 대사보다 더 강력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감각 중심의 연출은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체험하게 만드는 영화’로 완성시킵니다. 그래서 덩케르크는 관람 후에도 오랫동안 감정의 여운이 남습니다. 눈물도, 전율도, 마치 그 전장을 함께 지나온 듯한 피로감까지. 이것이 덩케르크를 단순한 영화가 아닌 ‘경험’으로 추천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영웅 없는 전쟁, 그러나 모두가 살아남으려 했던 이야기

       

      덩케르크는 주인공이 없는 영화입니다. 특정 인물의 영웅적인 활약이나 승리를 보여주기보다, 오히려 “그 누구도 특별하지 않았던, 모두가 평범했기에 더 치열했던 생존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것이 바로 덩케르크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대부분 이름조차 나오지 않거나, 극히 짧은 대사로만 표현됩니다. 특히 피어링 화이트헤드가 연기한 육지의 병사 ‘토미’는 관객이 가장 많이 따라가게 되는 인물이지만, 그조차도 특별한 영웅적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도망치고, 숨고, 떠밀리듯 배를 타고, 때로는 물에 빠지고, 죽음을 피해 움직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전쟁 속 ‘진짜 인간’을 보게 됩니다.

      놀란은 이 작품을 통해 “전쟁 속 영웅이 아닌,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영국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기적적으로 30만 명 이상을 구조한 사건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그 구출작전의 중심에는 ‘용맹한 전사’가 아닌, 평범한 선장, 군인, 조종사가 있었죠.

      이는 오늘날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승패의 드라마보다 중요한 것은,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했던 노력과, 연대의 가치입니다. 전쟁은 결코 로맨틱하거나 영웅적인 것이 아니며, 모든 이에게 상처를 남기는 절망의 공간이라는 것을 영화는 끝까지 관객에게 상기시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쟁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함께 버티고 살아남으려 했던 그 사실만으로도 감동을 줍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 어린 진실을 담은 이야기. 덩케르크가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는 이유이자, 꼭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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