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되는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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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5.

    by. 뿌이파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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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한국이싫어서

       

      왜 한국이 싫었을까? 주인공 계나의 선택을 따라가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2024년 8월 28일에 개봉했습니다. 연출은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다루기로 잘 알려진 장건재 감독이 맡았으며, 주인공 계나 역은 배우 고아성이, 그녀의 삶과 시선을 따라가는 인물 재인 역은 주종혁이 연기합니다. 러닝타임은 112분이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될 만큼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 영화의 중심은 단순히 “한국이 싫다”는 말에 있지 않습니다. 주인공 계나가 그 말 뒤에 담고 있는 감정과 사연, 현실적인 고민들이 영화를 통해 조용히, 그러나 깊게 펼쳐집니다. 계나는 평범한 청년입니다. 특별한 스펙도, 안정된 직업도 없는 채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인물입니다. 취업은 어렵고, 연애는 현실과 충돌하며, 가족과 사회는 끊임없이 기대를 강요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쌓여온 피로와 무력감은 결국 한 가지 결심으로 이어집니다.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가고 싶다.”

      계나가 선택한 곳은 프랑스 파리입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기회를 꿈꾸지만, 영화는 환상을 심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낯선 곳에서도 또 다른 벽과 외로움을 마주하게 되는 계나의 모습은 ‘이민’을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던 그 순간만큼은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은 사실, 혐오가 아니라 ‘자기 인생에 대한 절실한 질문’에 가깝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지쳐야 했는지, 왜 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어떤 선택을 해도 비난받는 구조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이 영화는 계나의 침묵과 시선을 통해 대신 말해줍니다.

      이 작품은 단지 주인공 한 명의 일탈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의 ‘탈출 본능’을 정직하게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관객 각자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오르게 됩니다.



      계나라는 이름의 우리 - 청춘이 겪는 무력감의 또 다른 얼굴


      계나는 영화 속 한 사람의 이름이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이 시대 청년들이 겪는 정서적 피로, 반복되는 좌절, 그리고 무너진 기대를 너무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계나는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돌아오는 건 반복적인 실패뿐입니다. 학벌이 부족하면 직장에서 무시당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으며, 연애조차 현실적 부담으로 인해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결국 그녀는 묻습니다. “내가 이 나라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나?”

      이 질문은 단지 계나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수많은 청년들이 공공연히 말은 하지 않지만, 마음속에서 품고 있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노력하면 된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운과 배경이 모든 걸 좌우하는 현실에서 청년들은 점점 말을 아끼게 됩니다. 무력감은 그렇게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자존감은 조금씩 침식되어갑니다.

      계나는 결국 ‘파리’라는 낯선 곳으로 떠납니다. 그곳에서도 삶은 쉽지 않지만, 최소한 ‘지켜보는 시선’ 없이 자신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팁니다. 한국에서는 늘 ‘평가받는 존재’였지만, 그곳에서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오릅니다.

      이 영화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위로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 안에서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말을 조용히 건넵니다. 계나는 특별한 인물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합니다. 그녀는 바로 ‘우리’의 또 다른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싫어서’ 영화 총평 -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용기


      ‘한국이 싫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한 영화입니다. 위로도 없고, 뚜렷한 희망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용기이자, 진짜 메시지입니다.

      대부분의 청춘 영화가 결국엔 “그래도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정리한다면, 이 영화는 끝까지 불안정한 감정을 유지합니다. 계나의 삶에는 극적인 반전도, 누구의 구원도 없습니다. 대신 그 안에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늘 청년에게 많은 걸 요구합니다. 성실해야 하고, 꿈을 가져야 하며, 때론 희망을 품은 표정까지 연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주어지는 자원과 기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불평등은 더 고착화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는 이 나라가 싫어졌다”고 말하면,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사람을 ‘이기적’이라 낙인찍곤 합니다.

      영화는 바로 그 시선을 흔듭니다. 계나가 떠난 이유는 한국이 ‘못나서’가 아니라, 그녀의 존재가 그 안에서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존재가 부정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단순한 고달픔 이상의 감정적 폭력입니다.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간절한 대변입니다. 감정의 과잉 없이도 깊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며,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정직한 영화적 태도임을 보여줍니다.

      계나의 이야기를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면, 그건 우리가 그녀와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 불편함을 직시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반드시 곱씹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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