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되는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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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6.

    by. 뿌이파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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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시작된 인생 - ‘폭싹 속았수다’의 시대와 공간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2025년 3월 7일에 전편 공개된 16부작 드라마입니다. 연출은 ‘눈이 부시게’, ‘한 사람만’ 등을 통해 감성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연석 감독이 맡았고, 집필은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으로 깊은 공감을 끌어낸 임상춘 작가가 맡았습니다. 제주를 배경으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는 이 드라마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제주라는 작은 섬의 시선을 통해 담아냅니다.

      제주는 이 작품 안에서 단순한 촬영지가 아니라 이야기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주인공처럼 느껴집니다. 돌담길, 해녀 공동체, 마을 잔치 같은 풍경과 더불어, 제주어 특유의 말맛은 정서를 고스란히 살려냅니다. 주인공 오애순이 자라난 이 공간은 고단한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한 최적의 무대처럼 보입니다. 전쟁 이후의 혼란,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 틈에서 자기 삶을 선택하려는 한 여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제주라는 공간 안에 숨어 있는 수많은 감정과 기억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는 특정 계층이나 세대의 이야기를 넘어, 누구나 지나온 시간 속에서 겪었을 법한 인생의 굴곡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폭싹 속았수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인생도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낸 이야기를 품고 있지요. 제주의 풍경을 따라 흐르는 감정의 결은 그 자체로 한국인의 정서를 말해줍니다.

      드라마-폭싹속았수다

       

      아이유와 박보검의 감정 연기 - 세월은 눈 앞을 수채화로 만들었다


      ‘폭싹 속았수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는 드라마인 만큼,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젊은 시절의 오애순과 양관식은 각각 이지은(아이유)과 박보검이, 노년의 시절은 문소리와 박해준이 연기하며 세월의 흐름을 감정적으로 연결해 줍니다. 이지은은 자신이 연기하는 오애순이라는 인물을 억척스럽지만 섬세하게 표현하며, 억눌린 시대 속에서도 자존을 지키려는 인물의 내면을 눈빛과 말투로 세심하게 풀어냅니다.

      박보검이 연기하는 양관식은 감정 표현이 서툴지만 마음만은 진심인 인물로,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오랜 시간 품고 살아갑니다. 이 두 사람의 청춘은 세월을 지나 문소리와 박해준으로 이어지며, 처음 느꼈던 감정이 어떻게 깊어지고 변해가는지를 보여줍니다. 과거의 선택과 후회의 무게, 그리고 그 속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미련과 따뜻함은 그들이 걸어온 시간만큼이나 진솔하게 다가옵니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점은 감정이 나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의 감정이 노년까지 이어지며, 어느 순간 시청자들은 ‘저 감정이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연기자들은 단지 대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인생, 감정의 곡선을 몸으로 그려냅니다.




      폭싹 속았수다, 제목처럼 우리 삶도 한 편의 드라마였다


      ‘폭싹 속았수다’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이유는, 그 속에서 단지 주인공의 인생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고요하게 흘러가는 일상의 결들을 따라가며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줍니다. 애순이 어린 시절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 소리 내지 못한 채 짝사랑을 오래 품었던 기억, 가족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눌러야 했던 날들. 이 모든 장면들이 화면을 넘어 현실로 스며들며 시청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느냐’고요.

      특히 1950년대생 시청자들에게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내 이야기’였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농사일을 도우며 학교를 포기해야 했던 기억, 말 한마디에 마음을 담지 못했던 아버지, 늘 희생만 감당했던 어머니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올랐다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젊은 세대들 역시, 오애순이라는 인물을 보며 자신이 감당해내야 할 미래를 상상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애순의 청춘에서 지금의 고민을 투영했고, 누군가는 그녀의 노년에서 언젠가 마주하게 될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라는 말은 실망과 허무를 담고 있지만, 정작 이 드라마는 그런 감정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작품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살아낸 시간, 후회가 남아도 끝까지 지켜낸 마음, 아무것도 이룬 것 없어 보여도 나름대로 충실히 걸어온 인생. 드라마는 그런 삶을 실패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모든 감정들이 모여 하나의 완전한 서사, 드라마 같은 인생이 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줍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난 뒤, 시청자들은 스스로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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